송지선 아나운서의 죽음
구지원 씀(2011년 5월 23일)
두산 베어즈 임태훈과의 열애설에 휩쌓였던 송지선 아나운서가 열애설이 사실이었음을 밝힌 직후, 임태훈의 이를 부정하는 두산 베어즈의 공식 발표 후, 본인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숨져 있었다고 알려졌다. 81년 5월 28일생인 그녀는 서른번째 생일을 닷새 앞두고 자신의 삶을 마무리지어 버렸다. 그녀의 영전(靈前)에 Israel Kamakawiwo'ole의 Kaleohano를 바친다.
Entertainment라는 단어는 즐거움을 주는 오락, 여흥이라는 의미로, 미국의 Entertainment Tonight이라는 프로그램은 연예계 소식뿐만 아니라 스포츠도 다룬다. 스포츠는 규칙의 제한을 받는 합법적인 폭력행위로, 스포츠를 행하는 사람과 보고 즐기는 사람 모두에게 위법성의 문제점을 거세한 채 폭력성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잇점이 있다. 내 사이트의 head title은 '구지원이 보는 엔터테인먼트'이지만, 지금까지 스포츠쪽은 한 번도 거론한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폭력?눈에 보이는 폭력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든간에 그러한 것들에 정내미가 떨어져서 스포츠쪽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인데, 송지선 아나운서의 죽음은 연예계에서 있어왔던 여러 죽음과도 같은 궤를 달리고 있는 것 같아, 한 번 다루어 보기로 한다.
이은주 2005년 2월 22일
유니 2007년 1월 21일
정다빈 2007년 2월 10일
안재환 2008년 9월 어느 날
최진실 2008년 10월 2일
장자연 2009년 3월 7일
최진영 2010년 3월 29일
박용하 2010년 6월 30일
송지선 2011년 5월 23일
자살한 연예인중 스타급인 사람들의 리스트이다. 이들 중 이은주, 유니, 최진실, 송지선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진실은 자살 직전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때문에 자제력을 잃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註1) 또한, 우울증 약과 술 또는 수면제와 술의 조합은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용하와 송지선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특히 박용하는 무려 14년간이나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註2) 송지선은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같이 복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註3) 우울증 약은 꾸준히 복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감정의 기복을 부를 수도 있으며,(註4) 수면제의 중독 수준에 이르면, 환각상태에 빠지게 되어 본인 스스로도 깨어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힘들어 할 수 있다고 한다.(註2) 한 마디로 송지선은 참으로 위험한 상태에 오랜 동안 빠져 있었던 셈이다.
송지선은 임태환과의 열애설이 터졌을 때, 회사 방침에 따라 대응을 하지 않는 쪽으로 처신했다. 이 와중에 대학교 때 사귀었던 가수 디테오가 이 스캔들에 관해 코멘트를 하면서 송지선을 비난하는 등 인간적인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야구계에서의 뒷말과 솔직하고 직설적인 편인 송지선의 성격과도 마찰이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결정적으로는, 회사의 (지나치게 길었던) 장고 끝에 열애중임을 밝히기로 결정하면서, 송지선이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두 사람의 사랑을 임태환이 부인한 것이 마지막 결정타가 된 듯 싶다.
'충동적 자살'이라는 말은 최진실이 자살했을 때 널리 알려지게 된 말로, '계획적 자살'의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한다.(註5) 한 마디로 욱 해서 자살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언제 죽었는지 정확하게 날짜를 알 수 없는 안재환을 제외하고, 위에 언급된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충동적으로 자살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진실의 경우는, 안재환과 관련되어서 자신이 사채업자처럼 보여지는 것에 대한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 일 거라고 보고 있다.(註5) 송지선 역시 자신이 임태환과 사랑했던 것은 사실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 자살을 감행했을 수 있다.
이은주가 자살을 했을 때, 나는, 이은주가 죽은 것은 주변사람들이 이은주가 죽게끔 방치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상훈 생명의 전화 원장도 송지선의 자살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註6) 하지만, 최진실의 자살 이후 나는 그 생각을 버렸다. 이은주, 최진실, 최진영 그리고 송지선 모두 어머니가 집에 있을 때 자살을 했다. 가족들이 당사자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 옆에 있어 주었지만, 역시 자살을 막지는 못했다. 자살을 막는 쉬운 방법은, 또는, 완벽한 방법은 없는 듯 하다.
임태환의 이별 방식도 문제가 있는 듯 싶다. 임태환은 사귀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송지선은 그게 사랑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성적이 떨어지면, 이성관계부터 걷어 치우고 성적부터 올려놓으라고 야단 치는 한국적인 정서가 엿보이는데, 그런 의미에서 임태환은 자신의 각오를 그런 식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 김유신이 말 위에서 잠든 사이에, 자신이 자주 찾던 기생집 앞에 와 있는 걸 알게 되자, 말 모가지를 쳐낸 것 같은 비장함이라고나 할까. 그녀에게 설명은 필요 없다. 나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를 수 없다. 너는 나의 인생에서 out이다?라고 선전포고 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 남자들의 무신경함이다. 정확히는 그런 자신의 태도를 상대방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이는 뻔뻔함과, 그 때문에 그녀가 상처받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 못 하는 우둔함이다. 그러고 보니, 이서진도 김정은에게, 하하도 안해경에게 아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이제 끝이야?라는 말 한 마디로 끝내어서 김정은과 안해경을 돌아버리게 만들었었다. 유감스럽게도, 송지선의 경우, 끝이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 자체를 부인해버렸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을 수 있고, 불에다 기름을 붓는 격으로, 송지선은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복용중이었다.
만약 송지선이 야구 전문 아나운서로서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가정해 본다. 송지선은 지난 19일 트위터에 "나는 정말 어릴 때부터 야구가 그렇게 좋았고 마이크를 들고 말하는 것이 좋았어. 그런 나에게 이 직업은 완벽했어. 근데 왜 행복할 수 없었을까.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 누군가를 사랑한 것조차"라고 썼었다. 그녀는 야구 선수와 열애를 함으로써 아나운서로서의 공적인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을 걱정했었다. 그녀는 '아나운서라는 이미지'의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직업적 성공'에 대한 위험요소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 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임태환이 사랑은 없었다?라고 선언을 해버렸을 때,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두려움과 스트레스의 존재를 더 이상 자신에게도 남들에게도 납득시킬수 없게 되어 버렸고, 그것은 곧 그녀의 자아 상실로 이어지게 된 모양이다. 송지선은 자신의 모든 것을 여기서 정지시켜 버리자고 생각했는지, 19층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만약 그녀가 야구 전문 아나운서로서 지금처럼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생긴 큰 손실이 자신의 커리어에 미쳤던 손실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사랑에 실패한 대신 일에 열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에 그녀는 사랑과 일 모두에서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일을 지키기 위해 인생을 찌그러트려가며 살아 왔는데, 23일, 그런 인생은 없었다?라고 선고를 받은 셈이다.
인터넷의 폐해와 댓글 문화의 문제점은 오랫동안 인지되어 왔지만, 송지선의 자살은 그 중에서도 특히 트위터, 미니홈피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폐해를 드러나게 해준 케이스가 되었다.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바로 이런 사적 공간이야말로 송지선이 자기 맘속에 있는 것을 털어놓고 편해지고자 선택했던 공간이었다는 점이며, 동시에 누구나 송지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는 점이다. 송지선은 쉴 수 없는 공간에서 쉬고자 했던 셈이다.
한편, 연예정보프로그램 '엔터테이너스'의 '성대현의 시크릿 가든' 코너에서 성대현은 '스타 연인에 대한 집착'에 대해 얘기하던 중, "임태훈, 2군 갔잖아. 피곤해서. 여자가 일곱 살 많다며. 애 데리고 논 거야. 아냐?"라는 발언을 한 탓에, 이 코너는 폐지 되고 본인은 프로그램에서 쫓겨났다. 오히려 성대현보다는 "둘(송지선?임태훈)중에 한 명은 사이코"라는 발언을 한 조성희가 더 문제가 많아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이 말하는 수위는 김구라의 그것에 비해 결코 심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지선의 자살로 말미암아 (남들처럼 말하는) 성대현만 벼락을 맞은 셈이 되었다. 이에 비하면, 죽지 않을 사람만 골라서 까는 김구라는 억세게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이스라엘 카마카위워올레(Israel Kamakawiwo'ole)는 하와이 출신의 가수로 카레오한노(Kaleohano)는 '권위와 존경의 목소리'라는 뜻이다. 이 노래는 'Kaleohano, 'o Kaleohano kou inoa'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이는 '카레오한노는 너의 이름'는 의미다. You Tube Link: http://www.youtube.com/watch?v=ArrmySKzc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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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1)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02/2008100201422.html
조선일보 2008.10.02 19:22
최진실 자살 전에 왜 술을 마셨나?
김우정 헬스조선 기자 kwj@chosun.com
註2)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0070110025839008&linkid=63&newssetid=487&nav=1
중앙 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일간스포츠 2010년 07월 01일(목) 오전 10:02
유선 "수면제는 연예인 자살에 독약"
김성의 기자 [zzam@joongang.co.kr]
註3)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052407105883908&linkid=4&newssetid=1352
일간스포츠 2011년 05월 24일(화) 오전 07:10
故 송지선, 벌겨벗겨지듯 노출된 사생활 문제였다
註4)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81003101521211&p=poctan
OSEN 2008.10.03 10:15
갑작스러운 최진실 자살, 우울증과 술 그리고 불명예
註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03/2008100300753.html
조선일보 2008.10.03 18:08
최진실 자살전 행동은 '충동자살'의 보편적 현상
전문가 "자신의 결백 입증하기 위한 행동일 수도"
연합뉴스
註6)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10524033953683h2&linkid=4&newssetid=1352
서울신문 2011년 05월 24일(화) 오전 03:39
'SNS 타살'
하상훈 생명의 전화 원장은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인들이나 누리꾼들은 송씨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보호했어야 했다."
ⓒ구지원 2011년 5월 23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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