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껏 펼쳐보지 못한 꿈
아직 가슴에 품고
머나먼 고향 그리워
야위어 가는 몸.
고향엔 오늘도
하얀 노래가
눈송이처럼 날릴 것입니다.
-2-
이 나무 이름이 뭔 줄 아니
왜 자작나무인 줄 아니
유난히 가지런한 하얀 이를 드러내시고
싱긋 웃으시던
자작 자작 타올라
자줏빛 불꽃 너머로 떠나신 당신.
3-
오늘은 그 아이가
그의 아이들 손을 잡고
기대어 안아 봅니다
추울수록 더 따뜻하시던 가슴
속으로 단단한 자-작-나무
샘의 꼬리말 :
수락산의 천상병시인 테마 계곡(?) 입구에 자작나무 숲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산행을 하지만 바쁘게 오르내리며 지나갈 뿐
멈추어 서서 이 작은 자작나무 숲을 쳐다보거나
숲에 들어와 머물고 가는 이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호호와 함께 처음 이 숲을 보고 설레었습니다.
기품있는 자태를 뽐내는 순백의 자작나무.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 숲에는 이 근처에서 유독 작은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랍니다.
산개구리가 사랑을 나누는 비밀스런 곳이고
누워있는 나무 밑에는 호호를 놀라게 한 홍단 딱정벌레와 여러 딱정벌레류 곤충들
작은 풀잎과 들꽃에는 나방과 나비, 동굴 모양의 거미줄을 치는 거미,
매미, 잠자리, 메뚜기, 방아깨비, 자벌레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커다란 대벌레까지.
호호는 오래전부터 이 자작나무 숲을 [곤충의 숲]이라고 부른답니다.
새해 설날 연휴. 오늘도 호호와 자작나무 숲에 왔습니다.
이 숲에 서서 바로 옆 계곡에서 하얀 얼음과 온 몸으로 씨름을 하는 호호를 바라보고,
자작나무를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보기도하고,
앞만 바라보고 바쁘게 산을 내려가며 다음엔 바다에 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자작나무도, 하늘도, 호호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금 여기에서 여유롭기만한데
사람들만 바쁩니다. 오후 햇살 받아 눈부신 자작나무 길을 지나면서도
눈길 한번 주지 못하고 벌써 언제일지 모를 바다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눈부심에 눈을 깜빡거리면서도 순간순간 상념에 빠져듭니다.
내일의 일과 다음주의 아이들 개학과 다음달의 새학년, 온갖 궁핍한 생활의 염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과 연로하신 어르신들,
그리고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지만, 어린 나를 항상 멋진 산으로 초대하시던 아버지까지
만나러 갑니다.
차가운 바람이 순간 뒷덜미를 잡아채고 지나갈 때에야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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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조금전 이 나무에 대해 알아보니 참 이야기꺼리가 많은 나무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경주 천마총 무덤에서 발견된 천마도 그림.
이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것이라는군요. 천오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은 학자가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세계 문화유산인 해인사의 고려 팔만대장경.
산벗나무와 돌배나무와 자작나무 등 10여종의 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작나무도 단단하기로 이름난 나무랍니다.
충치를 예방한다는 자일리톨. 대부분이 북유럽 핀란드의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것이랍니다. 그래서 자일리톨을 '자작나무 설탕'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어느 나무도 그렇지만 자작나무도 버릴 것이 하나도 없군요.
출처
원문링크 : 자작나무 (부제 :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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