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일 토요일

Mad Scenes: 오페라 속 미친 여자 주인공


 

 

베르디, 푸치니와 같은 19세기 중후반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들은 가차없이 여주인공들을 죽였지만, 이들 전의 소위 벨칸토 오페라 작곡가들은 후대보단 조금 나아서, 죽이기 보다는 여주인공들을 미치게했습니다.
이들 벨칸토 오페라 여주인공들은 실연 때문에, 혹은 강압적인 아버지나 형제 때문에 고음의 콜로라투라를 부르며 미쳐갑니다.
때문에, 매드신(mad scene, 또는 scene di pazzia)이라고 불리는 이런 장면들은 관객들에게는 시청각적인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그리고 오페라 배우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증명할 수 있는 순간으로 활용되곤 합니다.

1.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Lucia di Lammermoor, Donnizetti)


나탈리 드세 vs 안나 네트렙코

매드신으로 가장 유명한것은 아마도 결혼한 첫날밤 남편 아투로를 죽이고, 피묻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걸어나와 연인 에드가르도과의 결혼을 상상하는 루치아의 이 장면입니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장기를 뽐낼 수 있는 장면으로 조운 서덜랜드의 가장 대표적인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드세와 네트렙코 중 누가 더 잘했을까요? 신경증적인 미친 연기에는 네트렙코가 드세를 따라올 수는 없을것 같지만, 역시 취향차라는 것이 있어서...

드세


네트렙코





2. 청교도 (I Puritani, Bellini)



영국의 구신교도간 내전을 배경으로하고 있는 벨리니의 청교도에서 여주인공 엘비라는 신교도 의회파인 리카르도와 결혼하게 되어 있었지만, 왕정파인 구교도 아투로와 사랑에 빠집니다.
엘비라는 삼촌을 설득해 아투로와 결혼을 승낙받게 되지만, 결혼을 얼마 앞두고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 도망갔다고 오해하고, 쓰지못하게된 웨딩드레스와 베일을 쓰고, 미쳐갑니다.

메트 오페라의 이 청교도는 네트렙코는 괜찮았지만, 아투로를 연기한 배우가 노래를 너무 못하더군요.






3. 몽유병 여인 (La Sonnambula, Donnizetti)



아미나는 마을의 부잣집 아들 엘비노와 약혼한 사이이지만, 어느날 로돌포 백작의 침대있는것이 마을사람들과 엘비노에게 발각되면서 파혼당합니다.
백작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마을사람들은 아미나의 결백을 믿지 않고, 엘비노는 자신을 짝사랑하던 리사와 결혼하려합니다.
하지만, 아미나는 마을 사람들 앞에 sleepwalking 하는 상태로 나타나, 결국 오해는 풀리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얼마전 메트에서 배경을 현대 뉴욕으로 바꾼 매리 짐머만 버전을 공연했지만, 결과는 커튼콜에서 야유가 쏟아질 정도로 그다지 좋지는 못했습니다.
이 글을 쓰게된 계기도 작년에 나온 바톨리의 La Sonnambula 에 며칠째 빠져살아서 인데, 워낙 아름다운 곡들이 많아서, 누가 제대로된 프로덕션으로 다시 만들줬으면 좋겠어요.



네트렙코의 Ah! non credea mirarti


세실리아 바톨리의 Ah! non credea mirarti




4. 리골레토 (Rigoletto, Verdi)



원래 리골레토에 특별히 여자주인공의 매드신이라고 부를 장면이 없습니다.
그런데, 작년 드레스덴 젬퍼오페어가 무대에 올린 이 리골레토에서 질다는 처음부터 좀 미쳐있습니다.
질다의 아버지 리골레토는 오스트리아에서 20년 가까이 친딸을 감금했던 그 프릿츠라는 남자가 연상됩니다. 이런 아버지를 두고 안미치는것이 이상하죠.



리골레토는 바람둥이 만투아 공작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질다를 그가 있는 술집에 데려가고, 질다는 공작이 마델레나에게 수작을 걸고 있는것을 목격합니다.
유명한 공작-마델레나 & 질다-리콜레토의 이 4중창은 보통 두 커플이 무대의 양쪽에 나뉘어져 부르게되는데, 이 젬퍼오페어 버전에선 질다는 공작이 마치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것처럼 상상을 합니다. 위 영상의 1분20초 부터 보면 마델레나는 어느새 질다의 뒤쪽으로 옮겨와 있고, 질다는 공작의 품에 안겨 행복한 표정으로 교성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1막에서의 공작과의 베드신에서와 상당히 비슷하지요.) 노래가 끝나고, 공작에게 안기지만, 공작은 이미 마델레나와 떠나고 거기엔 아버지 리골레토만 남아 있습니다.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네트렙코 - 가란차의 갈라쇼와 비교해 보세요.



젬퍼오페어의 이 리콜레토는 프로덕션은 끔찍한 수준이었지만, 딱 이 장면 연출하나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반쯤 미친 디아나 담라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더군요.

출처
원문링크 : Mad Scenes: 오페라 속 미친 여자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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