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일 목요일

[2009년도 와인 결산 6] 칭찬할 수밖에 없는 미셀 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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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분 성함의 정확한 한글 표기법부터 제대로 해두어야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미섈 롤랑이 가장 가깝고 그 다음이 미쉘롤랑일 듯 한데 그렇게 쓴 글은 별로눈에 안 띄고 미셀 로랑도 많이 쓰고 언론 보도를 보니 미셀롤랑이라고 표기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길래 저도 그냥 미셀롤랑이라고 쓰겠습니다.

 

다음은 미셀롤랑 컬렉션이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미셀롤랑씨는 세계 각지의 수천 와인의 컨설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국순당L&B의 설명에 따르면 미셀롤랑 컬렉션은 미셀롤랑씨가 소유하고 있거나 그가 지분 투자한 와인을 지칭합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클로 시에테 역시 그가 지분투자를 했지만 국순당 측에서 말하는 미셀롤랑 컬렉션에서는 빠져 있네요.

그러니 이렇게 정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미셀롤랑 컬렉션이란

미셀롤랑씨가 소유하거나 지분을 참여한 와인 중에서 국순당L&B가 수입권을 획득한 와인.

이 글에서 소개하는 와인은 그런 와인으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미셀롤랑 와인 전반에 대한 평가는 미셀롤랑 컬렉션 외의 와인도 포함하지만, 미셀롤랑 켈렉션만큼 미셀롤랑 다운 와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기 꺼니까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인가 봅니다.

 

미셀롤랑.

비행기 타고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가며 세계 각지에서 와인을 생산한다고 해서 Flying winemaker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미셀롤랑씨가 소비자의 입맛을 이렇게 길들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획일화의 기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와인생산의 bottom up을 가져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그의 공적임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진한 색조에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을 지닌 우아한 그러면서 마시기 편한 와인.

한마디로 요즘 유행하는 와인입니다만,로버트 파커씨가 '좋은 와인의 표준'을 확립하여 1점 단위로 와인을 서열화하고 롤랑씨가 그 표준에 맞는 와인을 생산하고... 그러면서 와인의 몰개성화가 '와인의 코카콜라화'가 진행되 어 오고 우리 입맛도 거기에 길들여져 온 것 같습니다.

 

진한 색조에 복합적이고 우아하고 풍부한 향을 지니고 도드라지는 오크향. 제가 좋아하는 와인의 특성입니다.  오크향은 롤랑이 강조하는 바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저의 취향과 일치합니다.

로버트 파커의 기호에 맞춘듯한 인공적 느낌의 그러나 한없이 맛있는 와인.

 

'좋은 와인'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듯이 여성의 화장법이나 의상도 많은 변천과정을 겪었다는 것을 TV 프로에서 소위 "자료 화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김완선 아주머니가 소녀시대 대접받던 80년대 말 90년대 초에는 이마와 코에 하일라이트 바르고 눈두덩이에 짙은 아이섀도우 바르고 중력을 극복하며 최대한 길고 굵게 칠한 마스카라에 볼과 턱엔 치크로 확실하게 입체감을 준 화장이 대세를 이루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물론 진하고 요란한 화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안 한 듯한 '진한 화장'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쌩얼같아 보이지만 절대 쌩얼이 아닌 쌩얼처럼 보이는 '진한 화장'.

와인으로 치면 현재의 미셀롤랑의 와인은 쌩얼처럼 보이려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거 김완선 아주머니 전성기 시절의 그것과는 다른 '진한 화장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76년 '파리의 심판' 이전에는 신대륙 와인은 평가다운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파리의 심판'을 계기로 '신대륙 와인의 화려한 등장'과 그 이전의 사시카이야 등 초기 슈퍼투스칸의 태동은 심하게 말하면 최상위 보르도의 짝퉁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짝퉁을 지향했을 리야 없겠지요. 그들은 최상위 보르도 와인을 지향했겠지만 테루아가 다르다는 기본 전제를 감안하면 그들이 아무리 눈물겨운 노력을 했을지라도 그들은 결국 짝퉁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테니까요. 더 훌륭한 고급 가죽을 가지고 누구보다도 솜씨가 좋은 장인이 아무리 정성껏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에르메스 공장이 아니라 이태원의 어느 가게 뒷켠에서 에르메스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품질의 우열을 떠나 짝퉁은 짝퉁이듯이 말이죠.

 

저는 캘리포니아의 고급와인과 슈퍼투스칸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지금 이들 와인은 아이덴티티를 확립해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어디까지나 현 시점에서의 이야기이고 초창기 이들은 겉으로 무슨 말을 했던 지 간에 좋은 보르도와인을 닮은 와인을 만들고자 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례로 로버트 몬다비도 프랑스를 둘러보고 새로운 길을 갈 결심을 했고, 안티노리 역시 프랑스 체류 시절 맛 본 그 맛을 못 잊어 '위법' 행위를  한 것이니까요.

 

호주와 칠레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치솟는 와인 가격에 덩달아 치솟는 땅값에도 불구하고 넓어져가는 나파와 소노마...

광풍처럼 휩쓸고 간 기술혁신의 시대.

인공위성을 비롯한 최첨단 장비로 토양을 분석하고 컴퓨터로 관개를 컨트롤 하고 마지막에는 원심분리기까지 등장한 과학의 시대.

그런 과학의 시대가 만들어낸 잉크처럼 진한 색조의 폭발적인 과일향과 놀라운 응축감, 혀에 디스크걸릴 것 같은 엄청난 바디의 사이보그 스타일의 와인.

 

그 후의 바이오다이나믹 농법과 테루아의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낸 쌩얼미인같은 와인들.

 

미셀롤랑씨는 놀랍게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모두 주도했던 인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슈퍼 투스칸의 주역은 안티노리 가문 등이었고, 파리의 심판에서는 글기치, 위니아스키, 짐 배럿 등이 주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슈퍼투스칸의 태동은 1960년대말(정확히는 68년)이고 파리의 심판은 76년이었고 미셀롤랑이 보르도 외의 지방에서 할약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이니 여기에 롤랑이 낄 자리는 없다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롤랑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와인으로 성공해서 샤토도 여럿 가지고 있던 가문에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천재적 소질까지 갖춰 이미 캘리포니아와 이탈리아의 혁신가들이 지향하는 좋은 보르도 와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과학의 시대를 대표하는 Bryant family나 Harlan Estate, Casa Lapostolle등등 우리를 설레게 하는 신대륙의 대표적와인들 뿐만 아니라 Ch. Pavie와 L'Evangile 등 수많은 보르도 와인들도 그의 조언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절대적 미각과 동물적 후각 그리고 천재적 상상력을 가진 그는 수많은 다른 배럴을 맛보고 이들을 서로 블렌딩 해서 가장 좋은 조합을 도출해 냅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포도의 재배단계에서부터 마법을 겁니다. 그린 하베스트를 통해 수확량을 줄여 집중도를 높이고, 수확을 최대한 늦춰 열매의 숙성도를 높이는 방법 등등이지요.

 

80년대말 원조 오빠 '소방차'의 의상처럼 어깨에 뽕 엄청 넣고 허벅지는 부풀리는 의상의 시절에서 식스팩 복근과 딱 벌어진 어깨를 만든 짐승남들이 몸에 짝 달라붙는 쫄티를 입고 나오는 유행의 변화처럼 옷의 디자인으로 시각적 효과를주기 전에 몸부터 만들어버리듯이 말이죠.

 

파스퇴르와 그의 제자 유리스 가이용부터 시작된 양조의 과학화는 와인이 부패하고 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에서 와인을 맛있게 하는 기능으로 옮겨져왔습니다.  유리스의 손자 쟝 리베로 가이용과 함께 활약한 에밀 페이노 교수는 그야말로 일세를 풍미한 와인 컨설던트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분입니다. 에밀 페이노 교수 세대와 미셀롤랑의 차이는 수확 이후의 "양조"과정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치기 과정 즉 포도의 생산과정서부터 양조와 숙성 단계까지 전체를 컨설팅한다는 점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럼 도대체 미셸 롤랑다운 와인은 뭘까요?

그전에 '신의 물방울'이야기부터 잠깐 해야겠네요.

그 만화는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추리소설화 되어가는 살짝 방향성을 상실하고 표류 중인 느낌입니다.(참고로 작가 아기 타다시씨는 소년탐정 긴다이치(金田一)을 비롯한 추리물로 스타덤에 오른 분으로 어느 인터뷰에서 '신의 물방울'은 와인만화가 아니라 일종의 추리극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요.)

하지만 새로 책이 나오면 아직도 꾸준히 사고 있고(15권 이후로는 아직 안 앍고 있지만) 시리즈가 종결될 때까지 계속 사는 이유는 좋은 와인이란 '천·지·인'의 조화라는 핵심 내지는 진리를 간파하고 있고 또 그 사상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그것 하나만으로도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사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천지인의 조화라는 것이 그분이 새로 만들어낸 개념이 아닐지라도 그 책만큼 天地人의 조화를 우리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시킨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저 역시 가장 훌륭한 와인은 하늘과 땅과 인간이 조화된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상의 조화가 아니더라도 그런 방향을 지향하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이나 2005년산 뽀이약 와인같은 그레이트 빈티지의 와인 중에는 풍요로움이 느껴지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와인도 간혹 눈에 띕니다. 天에만 의존한 탓이겠지요.

또 2등급이나 3등급의 마고 쪽 와인 중에는 '이게 정말 그랑크뤼'와인이 맞나? 싶을 정도의 허접하고 값만 비싼 때려주고 싶은 와인도 있습니다. 地가 좋으니 이름값 한다고 썩어도 준치라고 착각하는 와인입니다.(80년대 마고 지방에는 이런 샤토가 무지하게 많았었죠.)

미셀롤랑와인은 정말 맛있습니다. 객관적인 맛만큼은 인정합니다. 마셔보면 '아, 역신 천재양조가 미설 롤랑답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미셀 롤랑의 와인은 '사람'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테루아의 특성이 덮혀버린 느낌입니다. 때문에 그를 "와인의 코카콜라화' 초래하는 장본인으로 몰아부치면서 와인의 몰개성화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이나 어디 전혀 모르는 동네에 가서 입에 맞는 게 없어 며칠 고생하며 뭘 먹고 마셔야할 지 망설여질 때 코카콜라나 맥도널드 같은 걸 만나면 반가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음료가 코카콜라가 되고 모든 음식이 맥도널드 햄버거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된다면 그건 지옥일 겁니다.

인간이 테루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연과 싸워 빈티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분명히 기립 박수를 받을 숭고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신은 인간에게 땅을 정복하고 지배하라고 명령하시기도 했죠.

그러나 테루아의 차이도 빈티지의 차이도 없이 진하고 풍부한 맛의 유려한 와인만 있는 것도 와인에서 얻는 기쁨을 반감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와인이 많아져서 삑사리 날 확률이 줄어드는 건 분명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삑사리 나는 와인들이 있음으로 인해 좋은 와인들이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몬도비노 같은 작품에서 이 분이 씹히는 이유도 또 그런 지적이 지지를 받는 이유도 대개 지나친 인간의 개입과 몰개성화에 대한 우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미셀롤랑의 와인을 마시다 바벨탑을 연상했습니다. 인간이 신에게 다다르기 위해 당시의 첨단 기술을 집약하여 하늘꼭대기까지 쌓아 올리려 했던 무모한 도전.


 서로 말하되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하고 이에 벽돌로 돌을 대신하며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또 말하되 자, 성과 대를 쌓아 대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여호와께서 인생들의 쌓는 성과 대를 보시려고 강림하셨더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으리로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 고로 그들이 성 쌓기를 그쳤더라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케 하셨음이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창세기 11장 3-9절)

 

자연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인간의 기술 아니 기교를 잔뜩 부린 맛있는 와인. 이러한 인간의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저 자신도 몰개성화를 우려하고 비난하면서도 즐겨마시는 이중성을 보입니다.

뻔한 주머니 사정에 기왕이면 맛있는 와인을 마시고 싶으니 철학이고 나발이고 맛이 좋으면 모두 OK라는 속물 근성때문이겠지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혁신 Innovation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입니다. 혁신의 주체는 관행의 궤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고 이를 entrepreneur 혹은 innovator라고 부르며 이들의 혁신활동으로 자본주의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론의 입장에서 보면 미셀 롤랑씨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은 기립박수를 보내야겠지요.

 

그러나 그가 만든 비슷비슷한 파커 아저씨 기준으로 보면 모두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할 그런 와인에 대해 마냥 칭찬하지 못하고 씁쓸한 뒷맛이 남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지 자신이 없지만 제가 주어들은 바로는 일단 파커는 100점 중 기본적으로 모든와인에게 50점을 준다음에, 외관에 5점 향에 15점. 맛과 피니쉬에 20점 그리고, 전체적인 질이나, 숙성가능성에 10점을 배분한다고 합니다.(여담입니다만 횡성의 모 업체가 그에게서 80점을 받았다고 해서 뉴스가 된 적이 있고, 홈에버가 M&A되기 전에 파커 점수 80점 대의 와인들을 수입한 적이 있었지요. -게다가 간혹 다른 빈티지를 수입했었죠. 이러한 점수체계를 보면 80점이라면 수우미양가에서는 '우'에 해당하지만 그게 과연 그럭저럭 높은 점수라고 평가할 수 있는 점수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점수라는 건 아예 신경쓰지 말라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만 신경을 쓰더라도 최소 87점 이하는 높은 점수라고 볼 수는 없겠지요? 또 파커의 점수체계라는 것이 1점 단위로 서열화했다고는 하지만 변별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5단계 점수 그게 1-5든 별의 숫자든 글래스 숫자든 간에) 

향에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아로마의 강도와 복합성이고, 맛과 피니쉬에서 강조하는 것 역시, 강도가 첫번 째입니다.

이것이 맞다면 로버트 파커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보통 알려져 있는 그의 기호와 조금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물론 밸런스와 깨끗함 그리고 깊이도 중요 고려 대상이긴하지만 총체적으로 따져보면 이분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진하고, 복합적이며 피니쉬가 긴 와인듯 싶네요.- 한마디로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졌다고 보면 되겠네요.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그의 점수를 무시하며 살려니 힘드네요.ㅠㅠ

최근 그가 호주와인에 좋은 점수를 주는 것만봐도 이러한 의구심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손맛으로 유명했던 식당이 주인 할머니 연세가 드실수록 점점 짜져서 인기를 잃는 경우를 종종 보게되는데 파커씨도 의외로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시는 건지 예전의 테노에 비해 점점 진한 와인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로버트 파커씨의 취향에 맞춤형 와인을 공급하는 분이 바로 미셀롤랑씨라고 생각합니다. 롤랑은 보르도 대학에서 양조학과를 나온 양조전문기술자이자, 가족 샤또를 가지고 있는 전통 와인패밀리 출신이기도 합니다. 양조 "엔지니어" 답게 포도 생산에서 포도즙의 양조와 숙성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쓸수있는 현대적인 기법은 다 쓰는 분이지요. 

 

2009년 한 해 동안 마신 와인을 돌아보고 베스트와 워스트를 뽑으며 지난 한 해 제 Wine Life를 돌아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일입니다.

천지인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인간의 기술이 너무 강조된 와인은 멋과 깊이가 없다고 비판을 하면서도 의외로 10만원이 넘어가는 와인의 태반을 미셀롤랑 컬렉션을 선택해 마셨네요.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곰곰히 되짚어봤습니다.

 

일단 저에게는 거액의 자금이 투입되는 선택이다보니 신중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신뢰'가 가야하며 와인이 제 취향에 맞아야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확률이 높아야 낙점이 되더라는 겁니다. 저 역시 원래 그랬는지 후천적으로 길들여져서 그런 지 몰라도 집중도가 좋고 화려하고 높은 응축감이 있으며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과 부드러우면서도 파워풀한 와인을 좋아합니다.  

무통이나 린취바쥬 등 뽀이약 와인과 소시안도 말레나 마뷰제와 오마뷰제, 에르미타쥬나 코트 로티와 코르나스, 무리에타의 이가이나 베가 시실리아, 베르타니, 제나토 등의 아마로네, 라 스피네타, 아지아노...

일부러 미셀롤랑씨의 직접적 관여도가 높지 않은 곳 위주로 열거했습니다만, 이들 와인의 공통점은 미셀롤랑씨의 걸작품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간의 기술이 너무 강조가 되었건 어쩌건 제가 원하는 맛과 같은 곳을 지향하니 기본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 신뢰의 문제입니다.

'그건 160년 전 평가고!"라는 반발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1855년 메독이 그랑크뤼 등급체계라는 것은 아직까지 내려온다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척도로서 유용할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신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랑크뤼 와인을 10만원대 전후에 발견하게 되면 솔깃하게 되지요. 저 역시 몇 해 전 제가 좋아하는 린취바쥬, 랭슈바쥬와 앞은 같지만 뒤가 다른 와인을 조금 싸다고 생각하고 마신 적이 있습니다. 와인 자체가 나쁘다기 보다는 제가 기대했던 뽀이약다움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 실망했지요. 마신 뒤에는 "무어가 싸"(뭘 마셨는 지 아시겠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즉 어떤 와인을 살 때 기대했던 것이 충족되지 않을 확률이 적다는 '신뢰'가 미셀롤랑 와인에는 있습니다. 뱅 드 테이블 등급으로 격하되는 걸 감수하면서도 빗물받이까지 설치해서 빈티지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분이니까요.

 

오히려 미셀롤랑 컬렉션 와인 중에 간혹 속을 썩인 와인들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너무나 압축(?)해놓으신 탓인지 브리딩 시간이 1박 2일 이상 걸릴 정도로 시간이 오래걸려 완전하게 피어난 모습을 채 보지도 못하고 마셔버리게 되는 아픔을 겪게 했습니다. 미셀롤랑의 와인과 미셀롤랑 컬렉션 와인의 차이가 바로 이 부분인 듯 합니다. 너무 긴 브리딩 시간이 필요하다는 불편함이죠.

 

너무 인위적 조작이 심하다고 비판하기는 했지만 그가 다른 사이보그 와인 전성시대를 구가했다가 폭죽처럼 쉽게 빛을 잃은 와인업계의 다른 슈퍼스타들과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미셀롤라의 와인에는 복합성과 섬세한 깊이도 분명히 두드러집니다.

미셀롤랑씨를 "현대적 기술을 이용해서 와인에, 포도 품종과, 그 떼루아가 현대의 와인시장의 현실과 와인소비자의 입맛에 최대한 맞게 표현되도록 노력하시는 분정도로 이해한다."는 제 후배의 평가가 가장 정확한 평가가 나닐까 생각합니다. 

 

어찌됐건 맛있는 건 맛있다고 인정해야겠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마신 미셀롤랑 컬렉션 와인들입니다.

맨 위에 Valde Flores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한 번씩 소개한 와인이라 그 때 소개했던 글을 짜깁기 했습니다.

 

Valde Flores 04

아마 이 와인을 마시자 마자 태이스팅 노트를 올렸었다면 야코추야 한 병 마실 돈으로 이거 두병 마시는 게 100배 낫다고 썼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성형미인의 이미지입니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오려고 규격에 맞춰 다 뜯어 고친 느낌입니다.

하지만...

신대륙와인의 이미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주 고귀한 오랜 역사를 가진 샤토의 와인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엄청난 응축감과 농밀한 맛을 가졌지만 신대륙 와인이 아니라 산테밀리옹의 garage와인같은 이미지입니다.

처음 마셨을 때는 아르헨티나의 테루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헨티나의 테루아가 완벽에 가깝다는 생각하게 됩니다.

 

Le defi de Fontenil 05

지롱드강 오른편 즉 메독 지구의 강넌너 편에 있는 프롱삭(Fronsac)에 있는 1.66헥타의 작은 밭에서 연간 6천병 정도가 생산된다고 합니다.

메를로 100%

메를로는 미셀롤랑씨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다루는 품종이지요.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비싼 Vin de Table 와인입니다. '신의 물방울'에 언급된 내용을 보니 우리보다 와인 값이 훨씬 싼 일본에서도 16000엔 정도 하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이야기지요.

빗물 방지를 위해 커버를 설치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여 AOC 자격을 박탈당했지요.

이탈리아의 슈퍼투스칸 와인들처럼 보다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등급 강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찬 겁니다.

보통 보르도의 레드 와인은 알콜 도수가 12.5도이지만 이것은 켈리포니아 와인도 아니면서 14도에 달합니다.

미셀로랑씨의 실험적인 와인이며 이름 자체가 자신 소유의 대표 샤토 중 하나인 퐁트닐을 능가하겠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어넘었으니 목표달성이라고 봐야할까요?

 

신의 물방울 19권에서 혹평을 받아 원가 이하 세일을 한 것일까요?

믿기지 않는 가격에 세일을 하길래 과감하게 세 병 질러버렸습니다.

저는 아직 신의 물방울을 15권까지밖에 안 읽어서 르 데피 드 퐁트닐이 언급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며칠 전에야 알았습니다.

19권을 꺼내 언급되었다는 찾아 읽어보니

"단맛과 과일맛이 풍부하고 탄닌도 부드러워 누가 마셔도 맛있다고 할 와인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요. 마신 순간 활짝 펼쳐지는 세계를 찾아볼 수 없군요."라고 주인공 시즈쿠의입을 통해 혹평을 했더군요. 반대로 이탈리아의 카사렐 베키오의 Farnese M DAbruzzo를 칭찬해놓았더군요. 카사렐 베키오를 가져오는 수입상은 쾌재를 불렀겠지만 르 데피 드 퐁트닐 수입회사는 속이 뒤틀렸겠습니다.

 

한마디로 캘리포니아 멜롯과 남부 론의 그르나슈 와인을 블랜딩한 듯한 진한 맛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강한 쵸컬렛향과 검은 과일향이 강하게 올라옵니다. 뒤이어 밍크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바닐라향이 혀를 감쌉니다.

바디 자체는 미디엄바디에 가까운 풀바디입니다. 굳이 이런 애매한 표현을 쓴 것은 와인 이미지가 강하고 묵직해보일텐데 실제로 바디감은 풀바디이긴 하지만 아주 헤비한 스타일이 아니라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모순되어 보이는 표현을 썼습니다.

텍스츄어는 지극히 부드럽습니다.그러나 실크의 부드러움은 아닙니다. 뭔가 더 따뜻한 느낌입니다.

시간이 흐르자 감초와 팔각 등 동양적 뉘앙스의 향도 피어오릅니다.

리조또의 잣과 어우러지니 새벽녘에 피톤치드로 충만한 잣나무 숲속에서 산림욕을 하는 느낌입니다.

 

신의 물방울을 읽다보면 참 갖다붙이기도 잘한다는 생각(비아냥이 절대 아님)이 들 정도로 상상력과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기 타다시씨보다 잘나거나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가끔 긔의 표현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남은 와인을 패트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라는 부분 등을 보면 이 분의 감각을 의심하게 되기도 합니다.

 

르 데피 드 퐁트닐에 대한 감상도 이견이 생깁니다.

아울러 그와 비교되어 훨씬 훌륭한 와인으로 표현된 카사렐 베키오의 Farnese의 몬테풀치아노다부죠에 대한 평가도 다릅니다. 파네세는 가격대비 훌륭한 와인임에 틀림없고 싱가폴의 레플스 호텔은 가 본 적이 없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탈리아의 몽페라"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몽페라 같은 응축감과 맛의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게다가 프랑스 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이탈리아 와인 가격을 고려하면 가격경쟁력도 매우 훌륭하다는 표현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르 데피 드 퐁트닐입니다.

아기 씨는 이 와인에 대해 마신 순간 활짝 펼쳐지는 세계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시음평을 할 때는 블랙커런트니 제비꽃이니 하면서 구체적인 향에 빗대어 설명하는 객관적 서술 방법이 있고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연상되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주관적 표현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소믈리에나 평론가가 아니라면 객관적 표현을 위해 분석하기 보다는 주관적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느끼는 것"이 헐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향을 표현하자면 고가의 아로마키트를 구입해 매일 향을 구분하는 훈련을 해야하고 와인 시음도 냄새도 없고 조용한 실험실같은 분위기의 장소에서 해야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실수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저는 프로가 아닌 사람이 그렇게 맛과 향을 분석하고 구분해느라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면 모처럼 비싼 돈을 투자해서 좋은 와인을 마시는 기쁨이 반감된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돈을 투자해 와인을 마시는 것은 와인이 주는 기쁨, 만족 등등을 얻기 위한 건데 맛과 향의 분석에 치중하다보면 이런 것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인간의 느낌이라는 것은 감정에 지배를 받고 과거 경험의 기억에 의존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빈소년 합창단의 공연을 본 날 그 날 마신 와인샤토 .라 코망데리 La Commanderie 03을 빈 소년 합창단이 부른 카르미나 브라나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관련 글)

잠깐 인용하면

 "(카르미나 브라나 중 대지의 여신에게)곡 자체는 힘차고 웅장하지만 역시 소년들이 부르는 거라 앳되고 여린 느김이 납니다. 샤토 라 코망데리(꼬망데리로 발음하는 분도 많죠) 역시 그렇습니다. 소년티를 못 벗어난 느낌입니다. "

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마 제가 이날 그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나폴레옹 시대의 경기병에 비유했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깃털이 달린 긴 모자에 흰색과 파란색이 조화된 군복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화사한 느낌의 군복과 긴 가죽장화를 신고 살짝 휜 긴 칼로 무장한 경기병이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모습...

향이 화려하지만 도드라지는 특징이 없으니 화려한 느낌이지만 군복은 군복인 그리고 중무장한 중세기사와 달리 가늘어보이는 칼만으로 무장으로 산테스테프답지 않은 가벼운 바디를 표현하는 거죠.

물론 이러한느낌은 언어로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마시다보면 깊이 느끼다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느낌이지만 그 느낌을 적어놓고 보면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겁니다.

 

어쩔 때는 좋은 와인을 마셨을 때의 느낌이 입에서 맴돌 때도 있습니다.

일 디보의 공연을 갔을 때 그들의 노래를 듣다가 저는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인 아지아노Argiano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떠오른 적도 있습니다. 그 노래의 이미지같은 웅장하면서도 감미롭고 섹시한 와인입니다.

 

훌륭한 와인을 마시게 되면 주관적 표현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대량생산되는 데일리 와인도 개성이 있는 와인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간혹 아기씨 말대로 평가도 좋고 가격도 비싸고 맛과 향도 훌륭한 와인이지만 연상되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와인도 있습니다.

저는 자신의 상상력 부족을 탓합니다.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것은 와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 자신의 문제라고 여깁니다. 마음이 들뜨거나 안 좋을 때는 사실 적절한 비유를 찾아내기 어렵지요. 마음의 문제는 아무리 상상력과 표현력이 뛰어난 분들도 모두 겪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기 타다시씨같이 많은 독자층을 거느린 뛰어난 작가가 연상되는 이미지가 없다는 와인에 대해 연상되는 이미지를 감히 쓰려니 두렵기도 하지만 저는

호두까기 인형 2막에서 본 "동양의 무희"가 떠올랐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여성같은 약간 검은 피부의 그러면서 페르시아 계통의 윤곽이 뚜렷하고 키도 큰 근육질의 무희가 번쩍이는 느낌이 적은 금색 수가 놓여진 갈색에 가까운 어두운 자주색 옷을 입고 추는 우아한 춤...

 

캘리포니아의 멜를로와 남부 론의 그루나슈를 블렌딩하면 당연히 남성적 이미지를 떠올리셨겠지만 저는 약간 중성적 이미지를 가진 키가 크고 피부가 검은 근육질의 무희를 떠올렸습니다.

 

Ch Bertino St Vincent 04

보르도의 Lalande de Pomerol 출신입니다. Merlot 75%, Cabernet Franc 25%의 구성입니다.

화려한 향은 와인을 잘 모르는 선배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향이 화려하다"라고 할 정도로 쉽게 드러납니다. 이 분이 직접 만들거나 컨설팅하는 와인들을 국순당에서 기획 수입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마셔본 미셀로랑씨가 관여한 와인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퐁트닐을 제외하고 향은 화려하지만 바디는 모두 슬림한 와인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생 뱅상 역시 그랬습니다.

바디는 가볍지만 그 단점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화려한 향이 인상적입니다.

섹시 디바의 라이브 공연같습니다. 상당히 현란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카버넷 프랑이 많이 들어간 와인들은 섹시한 분위기의 와인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향냄새라고들 표현하는 것 같은데 저는 사향 냄새는 맡아보지를 못해 "사향냄새"라고 단언하지는 못하겠으나 사향냄새가 난다고 평을 받은 와인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향이 납니다.

사향 Musk향.

생 뱅상에도 CF가 25% 들어가긴 했지만 사향향이 강하게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CF가 들어갔다는 걸 의식한 저의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인상적인 건 피노누아 느낌의 체리향입니다.

뒷맛을 받쳐주는 은은한 바닐라향도 좋습니다. 신대륙 와인처럼 노골적이지 않아 더욱 좋습니다.

농도가 잩은 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캬라멜 맛도 나고 잼이나 쥬스가루같은 뭔가 농축된 과일맛도 납니다.

 

유려하고 기품있는 와인입니다.

모진 연습으로 잘 완성된 Harmony처럼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룹니다. 각각의 악기 소리가 조화를 이뤄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듯이 여러 향기가 모여 새로운 향을 연출합니다. 보통 '복합미'가 훌륭한 와인들이 원숙한 이미지를 보이는 게 많은데 생 비방은 생기발랄한 이미지이면서도 복합미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근래 마셨던 미셀로랑의 프랑스의 벨 에르 Ch. De Bel-Air나 퐁트닐 Ch.Fontenil(요건 마셔본 지 좀 오래된 거지만 드와예네 Ch.Le Doyenne나 라가로스 Ch.Lagarosse는 가격이 좀 쳐지니 빼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신대륙의 야코츄야 Yacochuya(아르헨티나) 렘후드 Remhoogte(남아프리카) 등과 비교해보면 야코츄야와 렘후드는 '천지인' 중 '人'의 개입이 너무 두드러지는 인상이었고 벨 에르는 절제미가 돋보이는 원숙한 이미지였던 반면 퐁트닐과 베르티유 생 방상은 조화미에 초점을 맞춘 와인 같아 보입니다. 천재 양조가도 유럽에서는 '人'을 강조하지 않는 듯해보입니다. 아니면 보르도의 토양에서는 사람이 애써봤자 한계가 있나봅니다.

 

Campo Eliseo 03

브리딩 시간을 무척 많이 필요로 한다고 해서 약속 시간 두시간 전에 반 병은 디캔팅하고 반은 병브리딩을 해두었습니다. 오픈 후 4시간이 지나도 아세톤같은 화학약품 향이 남아 있습니다. 도대체 몇 시간을 열어두어야 하는 건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절도있는 폭발적 과일향"입니다. 절도있는 폭발이란 영화세트장에 설치된 폭약이 터져야할 타이밍에 원래 의도한만큼만 터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역시 이 시리즈는 인위적인 느낌이 너무 전면에 나타납니다. 천재 양조가 미셀롤랑이 "나 잘났소!"하고 병 속에서 외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두고 마셨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Yacochuya 03

말벡 100%

제가 좋아하는 아르헨티나 와인 중에서는 슈발 드 안데스와 더불어 가장 고가의 와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와인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혀에 인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늘어날 뻔 한 거 같습니다.

200톤에 달하는 마우스전차만큼 무겁습니다. 그렇다고 신대륙 와인 분위기는 아닙니다.

인상은 론의 에르미타쥬 와인같습니다.

처음에는 보르도 와인 같다고 올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보르도가 아닌 것 같아 다시 시음 노트를 보며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당시에는 묵직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샤토 라투르를 연상했기 때문인데 말벡 단일 품종으로 만든 야코추야도 무겁고 장중한 분위기지만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수정한 결론은 론 지방 중에서도 코트 로티와 더불어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에르미타쥬 지역에서 최고의 생산자로 꼽히는 쟝 루이 샤브 Jean Louis Chave의 에르미타쥬처럼 철저히 생산량을 억제해서 태양의 축복을 한껏 받은 완숙된 열매로 농축된 맛을 내면서 긴 오크 숙성을 통해 20년 이상 장기 숙성에도 견딜 수 있는 강건하고 풍만한 와인의 느낌에 가깝습니다.

 

사실 라투르에서 에르미타쥬로 바꿀 때 마지막까지 고심하던 게 바로 캘리포니아의 Diamond Creek Red Rock Terrace였습니다. 무지하게 비싼 와인이죠. 같이 생산되는 Volcanic Hill보다는 가격 대비 훌륭하지만 둘 다 엄청 비쌌던 걸로 기억합니다. 레드락 테라스도 표고가 높아 일조량이 매우 많은 밭입니다. 탄니의 파워가 장난이 아니고 과일향은 폭발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눈을 감고 마셔도 느껴지는 신대륙다움이 있는데 야코추야는 그런 신대륙 느낌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이아몬드 크릭보나 헐씬 싼 가격이니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봐야할 지 모르겠네요.

 

감칠맛이 강합니다. 그야말로 씹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진합니다.

짭쪼롬한 향이 납니다.

세번 디캔팅을 해도 안 열려서 그날은 마시는 걸 포기하고 오픈한 다음날 저녁에 마셨더니 그제서야 제 모습을 보여주네요.

너무 좋은 요소를 한껏 집어넣으려는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첫인상은 기대가 큰만큼 좀 실망스럽네요.

쓰나미처럼 너무나 많은 것이 한꺼번에 몰려와 뭐라고 표현해야할 지 모를 지경이었으니까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맛이 강합니다.

 

그러나 오픈한 지 1박 2일이 지나 제 모습을 보여줄 때의 야코추야는 정말 훌륭한 느낌입니다.

문제는 오픈해놓고 이틀이나 기다려야할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거죠.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의 지나칠 정도로 풍부한 일조량과 지구상 포도밭 중 가장 깨끗한 아르헨티나의 테루아의 영향도 있겠지만 인간의 기술이 많이 가미되고 또 드러나는 그런 와인 같습니다.

어떤 마술같다고할까요?

저 작은 모자에서 뭔 비둘기며 토끼며 이렇게 많은 게 나오는걸까? 하듯이 대형 마트에 있는 과일 통조림과 과일 잼을 몽땅 가져다가 오픈해놓은 듯한 과일향과 혀에 알이 배길 정도로 강력한 탄닌. 거기에 각종 허브까지...그리고 원심분리기로 수분을 제거한 듯한 극도의 농축미...

그 기술력에는 경의를 표하게 되지만 너무 욕심이 과하셨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Benegas Syrah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은 말벡이지만 그 뿐만 아니라 아주 훌륭한 쉬라를 생산합니다.

그 정보를 접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정말 매력적이 것, 다른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베네가스가 만드는 쉬라뿐입니다.

간단히 말씀 드리면 에르미타쥬를 비롯한 북부 론의(근데 코트 로티보다는 에르미타쥬에 훨씬 가깝습니다) 쉬라를 많이 닮은 호주의 질 좋은 쉬라즈 사이의 자식 같은 느낌입니다.

스파이시하고 묵직하면서 북부 론의 쉬라보다 산미가 덜해서 날카로움도 적고 과일향이 풍성하지만 호주산 쉬라즈처럼 잼맛같은 들척지근한 느낌은 없습니다.

굉장히 볼륨감이 넘치면서도 균형잡힌 몸매입니다.

 

Remhoogte 04

문장에 얼룩말과 이상한 새가 있는 것만 봐도 남아프리카다워 보이는 남아프리카 와인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드와예네와 마찬가지로 Flying Winemaker 미셀로랑씨가 남아프리카에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메를로 47% CS 33% 남아프리카 고유 품종인 피노타쥬 20%의 구성입니다.

피노타쥬의 영향인지 아주 고급스런 키안티 클라시코 같은 진한 루비색입니다.

화사하면서 섬세한 향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만난지 얼마 안 된 이제부터 좀 깊이 사귀어보려는 커플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와인입니다.

두 남녀를 묶어주는 사랑의 리본 역할을 할 훌륭한 소품이 될 겁니다.

부드럽고 풍만한 느낌이라 여성분들에게도 인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와인을 잘 모르고 술도 그리 세지 않은 여성분과 처음 마시는 와인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맛이 이해하기 쉽고 향이 화려해서 와인을 잘 모르는 분도 쉽게 좋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여성분들에게 인기 있을 요소를 두루 갖춘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탄닌과 바닐라향도 확실합니다. 그러니 여성분들과는 다른 취향을 가진 분에게도 만족을 줄 겁니다.

소위 말하는 실크터치의 아주 부드러운 느낌의 탄닌이지만 마냥 부드러운 걸로 끝나지 않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성한 과일향과 산미가 입맛나게 합니다.

밝은 분위기이면서도 무게감이 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합니다.

캐논캅 이후로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남아프리카 와인을 만났습니다.

제가 마셔본 남아프리카 와인 중에서는 최고 수준입니다.

미셀롤랑 와인의 특징이 잘 나타난 와인이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므로 미셀롤랑이 만드는 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제일 먼저 이걸 드세요. 싼 가격에 미셀롤랑 스타일을 배울 수 있습니다.

 

 

Rolland Maillet 04

와인 업계를 주무르고 있는 양조 전문가인 그래서 '몬도비노'에서도 오징어 씹히듯 씹히기도 많이 씹히는 미셸 롤랑이 직접 소유하거나 투자하고 있는 미셸 롤랑 컬렉션 중에서도 제가 알로는 유일하게 롤랑 가문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샤토입니다.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와인'이라고 하면 좀 오버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롤랑다움이 가장 잘 표현된 와인은 AOC급도 아닌 Vin de Table급 와인인 Le Defi de Fontenil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빗물받이 커버를 설치하는 등 온갖 기술이 집약되어 사람의 힘이 가장 잘 드러나있는 와인이지요. Le Defi de Fontenil은 가격면에서도 미셸롤랑 컬렉션 와인 중 가장 비싼와인일 겁니다. 또 롤랑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거나 세계 각지의 와이너리를 돌아다니지만 주소지는 샤토 Fontenil로 되어 있고 그곳에서 거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샤토는 양조설비조차 없어서 양조는 미셸 롤랑이 소유하고 있는 다른 Le Bon Pasteur에서 한다고 합니다.

샤토의 역사도 짧습니다. 미셀씨의 조부모가 구입한 밭이지만 Le Bon Pasteur의 일부였다가 1978년에 AOC자격을 취득하게 되어 독립할 수 있게 되어 지명인 Maillet 앞에 가문의 이름을 붙여 샤토이름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런 식의 샤토이름은 굉장히 많지요. 제가 좋아하는 Lynch Bages도 아일랜드 이민인 린치가문이 바쥬지역의 샤토를 매입해서 만든 게 린취바쥬지요.)

이렇듯 롤랑 가문의 이름이 샤토명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위상이 그리 대단한 샤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셸 롤랑이 실제로 거주하는 샤토 Fontenil은 80년대에 구입한 샤토인데 여기에는 가문의 이름을 안 넣은 이유도 사뭇 궁금합니다.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진한 카카오향이었습니다. 이 동네 와인에서 이런 향이 나는 와인을 접해 본 기억이 없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강한 탄닌때문에 맥반석 위의 오징어처럼 혀가 오그라드는 경험도 이색적입니다. 물론 이렇게 강한 탄닌을 가진 와인은 큰 돈 안 들이더라도 신대륙와인 중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탄닌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렇게 비단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와인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마치 너무 여리고 아름다운 꽃을 만져보려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잔 가시에 찔려 손이 저려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마셔봐도 산테밀리옹 와인답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블라인드 태이스팅을 했다면 남부 론와인으로 착각했을 것 같습니다. 카시스 같은 검은 과일향과 촉촉한 오크향의 느낌이 좋습니다.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바닐라향과 카라멜 소스가 들어간 타르트가 연상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당도가 더 올라옵니다. 바디감 자체는 그리 묵직하지 않은 미디엄 바디의 와인이지만 아주 뜨거운 태양을 듬뿍 받은 더운 지방와인의 느낌입니다. Merrot75 CF 25%의 구성입니다.

카베르네 프랑이 1/4 들어간 와인이라 사향이나 말안장 같은 동물적 향의 섹시함을 기대했는데 그런 느낌보다는 의외의 미네랄 뉘앙스가 나타납니다. 이것도 꽤나 특이합니다.

비싼 와인이 갖출 덕목도 골고루 다 갖췄습니다. 객관적으로는 흠잡을 때 없이 좋은 와인입니다. 다만 그것이 모두 인위적이라는 느낌? 깊이가 없고 얄팍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마치 로데오거리의  '가건물'처럼요...

 

Ch Bel Air 04

롯데백화점에서 대박 세일할때 구입했습니다.

국순당에서 수입하는 미셀 롤랑 컬렉션 중 하나지요.

미셀롤랑씨는 늘 그러하듯 와인을 만들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다 했습니다.

그린 하비스트, 즉 열매가 안 익어서 파란색일 때 응달진 곳 덜 여문 열매를 과감하게 잘라버리는 거죠. 그린 하비스트를 하면 나무의 양분이 남은 소수의 열매에 집중되어 더 농밀한 맛의 열매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린 하비스트도 하고 잎도 제거해서 잎파리가 포도송이를 가려 햇볕을 못 받게 하는 일을 막아줍니다. 열매는 짓무르기 직전에 이를 때까지 완전 숙성한 뒤에 수확한 뒤 25일간의 마셀라시옹을 거칩니다. 마셀라시옹 Marceration이란 껍질과 씨를 포도즙과 함께 침출하는 과정으로 마셀라시옹 기간이 길면 보다  진한 색조와 풍부한 탄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셀라시옹을 오래 가져갈만한 포도나 오래둘 수 있는 거지 무조건 오래둔다고 풍부한 색조와 탄닌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능력이 안되는 포도를 너무 오래 마셀라시옹을 하게 되면 떫기만 하고 거칠고 쓴 맛의 와인이 나오게 됩니다.

 

오픈 후 40분이 지났는데도 딴딴합니다. 1시간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아직 덜 열려서인지 여리지만 조화로운 향이 납니다. 메를로 중심의 우안와인인데도 상당히 스파이시하군요. 참고로 메를로 75 카베르네 쇼비뇽 15 카베르네 프랑 5 말벡 5의 구성입니다.

여운 피니시가 상당히 깁니다. 미디엄 바디의 와인임에도 입안을 가득 메우는 화려한 맛입니다.

오픈 후 3시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느낌이 안 듭니다. 그렇다고 굉장히 오래 걸리는 와인이라고 하기 보다는 맛이 오래 유지되는 타입이라고 설명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디캔터 브리딩의 유혹이 생기네요. 하지만 안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베리향도 나타나지만 짭조롬한 느낌과 풀향과 꽃향이 지배적입니다.

파워풀하면서 절제된 품격, 벨벳같은 부드러운 탄닌, 아름다운 균형미로 대변되는 포므롤의 특징이 잘 반영된 와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긴 여운과 입안을 가득 메우는 화려함만큼은 정말 일품이네요.

아참 이 벨 에르라는 이름의 샤토가(한자로 하면 同名異城?) 많으니 아펠라시옹을 꼭 확인하세요.

 

Ch Le Doyenne 04

Flying winemaker 미셀로랑(이 분이 궁금하신 분은 여길 클릭)씨가 컨설팅하는 샤토 중 하나입니다.

멜롯 80% 카버넷쇼비뇽과 프랑이 각각10%씩의 구성입니다.

좋은 보르도 와인은 향이 은은하면서 휘감기듯 옵니다. 마치 얼굴 마주보고 있었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헤어지고 나자 잠자리에서 더 생각나는 어떤 매력적인 이성처럼 말이죠. 근데 이 드와예네(난 드와엔느라고 생각함) 신대륙 와인처럼 들이대는 타입이죠. 향이 너무 강하고 화려해서 브라인드 태이스팅을 했다면 신대륙 출신이라고 착각했을 것 같습니다.

정말 특이한 건 일반적인 프랑스와인과는 달리 브리딩 시간이 짧아도 처음부터 마구마구 향이 피어오릅니다. 몇 차례 마셔본 결과 디캔터 없이 1시간 병 브리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코르크를 열자마자부터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향이 피어오르지만 말이죠. 이런 면에서도 신대륙 와인같은 느낌입니다.

빡빡하면서도 부드러운 탄닌의 느낌이 좋습니다. 목이 따끔거릴 정도로 스파이시합니다. 멜롯의 특징과는 거리가 먼 특징입니다.

사실 여운이 길거나 바디가 묵직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화려함'만큼은 정말 대단합니다.(근데, 이거 4만원 넘었던 거 같네요)


 

출처
원문링크 : [2009년도 와인 결산 6] 칭찬할 수밖에 없는 미셀 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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